vol.75

당신은 칭찬을 잘하고 있나요?

저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꽤 성실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타인의 성실함도 제 기준에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저희 대표도 나름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 제 눈에는 성에 차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를테면 제가 하루면 할 수 있는 일을 사흘 동안 열심히 하는 대표를 보면 화가 납니다. 그는 열심히 했다고 웃지만요(웃음).

스스로 자부하는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내 기준으로 타인까지 평가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잃은 적도 있습니다.

1년 전, 유독 예뻐하던 팀원이 있었습니다. 면접을 볼 때부터 ‘리틀 김경희다’라고 생각했고, ‘잘 키우면 편집장을 물려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친구였죠. 대학 졸업도 하기 전 마지막 학기에 급하게 입사한 이 어린 친구는 사회 초년생이니만큼 부족한 부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배우는 족족 잘 흡수했고, 또 그만큼 부단한 노력을 통해 빠르게 성장해나갔습니다. 그랬던 그 친구가 함께 일한 지 2년이 조금 넘었을 때 퇴사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아무리 해도 느는 것 같지 않다고, 에디터라는 일보다 자기에게 더 잘 맞는 일이 있지 않을까 찾아보고 싶다고요. 저도 가끔 나에게 더 잘 맞는 일은 없을까, 생각해보곤 하니 새로운 일을 찾고 싶다는 말에는 공감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느는 것 같지 않다던 그 말에는 공감할 수 없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 충분히 성장했다고 느꼈고, 그동안 ‘제법인데?’ 싶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순간도 많았거든요. 스스로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모르는 이 친구를 보며 답답한 마음에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편집장인 내가 잘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마음껏 칭찬해주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10년 차인 제 기준에는 못 미쳤지만, 그녀가 1년 차라는 걸 감안하면 분명히 잘한 일인데, 그걸 잘했다고 입 밖으로 꺼내 말해주지 못했던 순간들이 마음에 턱 하고 걸렸습니다. 스스로 잘했다 싶었던 뿌듯한 순간에 상사에게 ‘잘했네!’ 하는 칭찬 한마디 듣지 못하고 돌아가는 그 발걸음이 얼마나 쓸쓸했을지, 그 쓸쓸함이 쌓여 자신감 부족이 되기까지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차마 이 친구를 잡을 수 없겠더라고요.

그녀를 떠나보내면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칭찬은 내 기준이 아닌 상대방의 기준에서 바라보고 해줘야 한다는 것이죠. 제 기준이 아닌 그녀의 기준에서 평가하고, 잘했다 인정하고 칭찬해줬더라면, 그녀는 자기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깨닫고 그 자신감으로 더 성장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그녀가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며 다짐합니다. 제 기준이 아닌 상대방 기준으로 칭찬할 것이 없는지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며 살기로.

편집장 김경희

CONTENTS

ITEM
칭찬 어워즈 

확고한 가치를 자랑하는 브랜드

LIFE STYLE
한 마리 고래처럼

베네데프 이노베이션즈 대표, 원덕현

PLACE
수유동 산책

골짜기에서 흐르는 따스함

CULTURE
칭찬 패키지

때론 선물보다 반짝였던 칭찬 한마디

TO LIFE
투 라이프

부드러운 손길이 만드는 강인함

GALLERY
층층이

색을 물들이면 더 아름다운 것

PEOPLE
장모와 사위

우리는 진짜 가족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LETTER
사는 애기

시작이 선물하는 기쁨

BRAND

아이소이

민낯을 본 이들이 칭찬하는 곳

TRAVEL

핀란드의 선물

꿈꿔왔던 것을 마주한 시간

ESSAY
쓰담쓰담

흐린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

RECIPE
특별한 식사

칭찬만큼 중독적인 맛, 초콜릿 바나나 스모어딥 

HOME
나다운 집

좋아하는 것들로만 채워진 공간

TASTE
일상은 다큐의 연속

꾸밈없는 장면이 던지는 직관

VIEWPOINT
있는 그대로

당신 스스로 칭찬하고 싶은 점이 있나요?

WRITING
당신의 칭찬
당신을 위한 빈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