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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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호 성장하는 우리, 컨셉진
Date : 201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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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우리

김경희 <컨셉진 편집장>


컨셉진이 발행된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이번 호 주제를 성장으로 정했을 때 문득 ‘그런데 컨셉진은 얼마나 성장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3년 동안 컨셉진에 많은 인터뷰를 담았지만, 우리 이야기를 한 적은 없었다. 이 주제가 아니라면 이런 기회가 다시 올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용기를 냈다. 우리가 왜, 그리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한 번쯤 스스로 되묻고 싶었다.


컨셉진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김경희 전문 분야는 달랐지만, 저와 발행인 둘 다 잡지사 에디터라는 비슷한 꿈을 갖고 있었어요. 저는 패션 잡지 에디터가 꿈이었죠. 대학생 때는 경험을 쌓기 위해 같은 꿈을 가진 친구들을 모아 자비로 ‘break’라는 잡지를 창간하기도 했고, 작은 잡지사의 에디터와 큰 패션지의 어시스턴트를 통해 경험을 쌓고 있었어요. 김재진(발행인) 저는 축구 잡지의 에디터가 되고 싶어 인천유나이티드 명예 기자와 신문사 프리랜서로 기고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언제까지나 마냥 기회를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저런 경력은 많이 쌓고 있었지만 스물아홉이 되니 제 미래가 굉장히 불안하게 느껴졌죠. 우리나라에 축구잡지라고는 두 개뿐이라 채용 공고도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 불안감 때문이었는지 축구를 넘어 삶을 이야기하는 잡지를 만들고 싶어졌어요. ‘거창한 철학과 답은 없어도 평범하고 소소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나누면 누군가는 그것만으로도 읽고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서였죠. 위로라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이야기하고 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김경희 저도 패션잡지의 어시스턴트로 있으면서 패션이라는 분야가 저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실 저는 패션을 떠나 제 콘텐츠를 통해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삶의 목표였거든요. 그래서 패션도 축구도 아닌 따뜻한 잡지를 만들자고 생각을 모은 거죠.


창업하려면 많은 자본이 필요하고 실패했을 땐 위험 부담도 큰데 두렵진 않았나요?

김재진 처음에는 사실 창업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저와 편집장 둘 다 정규직이 아니었기에 남는 시간이 많았고 자본은 없었지만, 미디어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로는 잡지를 종이가 아닌 모바일 앱으로 발행하면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걸 알았거든요. 취미처럼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마음 맞는 친구들과 카페에서 모여 즐겁게 했죠.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복수전공으로 국제통상을 전공하긴 했지만, 경영에 대해 많은 지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저 타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매체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한 호 한 호 발행하다 보니 다른 일 안 하고 이것만 하며 먹고 살 수 있으면 꽤 괜찮은 삶이겠다 생각한 거예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했는데, 그럼 언제부터 이 일이 직업으로 느껴졌나요?

김경희 8개월 정도는 카페에서 일하다가, 저희의 거주지인 인천에서 작은 원룸을 구해 사무실로 썼어요. 그런데 협찬 픽업이나 미팅을 나가려면 대부분의 업체가 강남이나 홍대 쪽에 있어 왔다 갔다 하면서 하루가 그냥 흘러가는 게 힘들더라고요. 그때쯤 이 일을 전력으로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났던 것 같아요. 많은 독자가 있었던 건 아니지만, 소수의 독자분들에게 컨셉진을 통해 답답한 마음이 위로 됐다는 메일을 받아 저희도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이 일이 정말 의미 있다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합정동에 사무실을 구하고 디자이너도 뽑게 됐어요. 더 집중하고 더 예쁘게 만들고 싶었죠.


모바일 앱으로만 발행하다 종이로 발간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그때부터 스타일도 좀 변한 것 같고요.

김재진 처음 모바일 앱으로 발행한 건 인쇄비나 기타 작업비용을 줄이기 위함도 있었지만, 태블릿PC나 스마트폰이 점점 보급되면서 종이 매체보다 디지털 매체의 미래가 더 밝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1년 정도 해보니 종이 매체와 디지털 매체는 대체될 수 없는 완전히 다른 매체란 걸 깨달았어요. 디바이스가 다르면 그 안에 담긴 걸 보여주는 방식도 완전히 다르고 수익을 내는 것도 다를 수밖에 없더라고요. 디지털 디바이스는 좋은 사진과 글이 필요 없는 매체예요. 모두가 가볍게 또 쉽게 보길 원하죠. 우리가 하려는 이야기와 감성은 종이에 더 어울린다고 판단했어요. 그리고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도 소장할 수 없다는 건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힘든 일이었고요.


컨셉진의 콘텐츠는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진 건가요?

김경희 종이 매체는 독자가 돈을 주고 사기 때문에 그전보다 몇 배는 더 완성도 있는 모습이 필요하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죠. 저희가 가장 잘하는 건 뭔지. 그걸 찾아 거기에만 집중하기로 했어요. 저희는 그렇게 재밌는 사람도, 야한 농담이나 짓궂은 장난을 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었고 또 네이버나 구글보다 빠르게 정보를 전달할 수도 없다는 걸 알았어요. 조금 따뜻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싶은 것뿐인데, 이걸 매력적으로 보여줄 방법은 감성을 극대화하는 것뿐이라는 걸 깨달았죠. 감성적인 사진과 예쁜 디자인이 없으면 따뜻한 시각 혹은 착한 마음이 자칫 촌스럽거나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거든요. 이걸 바탕으로 정보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작은 잡지사로서 홍보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김재진 콘텐츠를 만드는 건 저나 편집장이나 계속해오던 거라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요. 진짜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걸 세상에 알리는 거죠. 자본이 없었기 때문에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초창기에 잡지 표지를 앞에 넣고 뒤에는 소개를 넣은 명함을 지하철역에서 나눠드린 일이에요.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런 용기를 냈는지 모르겠어요. 인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끝에서 끝까지 갈 동안 이걸 나눠드리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나, 두 시간을 고민하다 겨우 몇 장 나눠드리고 돌아갔던 게 기억나요. 이화여대 앞에서 과월호를 무료로 나눠드린 적도 있고요. 딱히 효과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후로는 그냥 컨셉진 만드는 거에만 집중했어요. 그런데 이게 2년 정도 지나니깐 독자분들의 입소문으로 알아서 홍보가 되더라고요. 저는 아침마다 네이버와 인스타그램에 컨셉진을 검색하는데 일주일에 한 개였던 게시물이 이틀에 한 개, 이제는 하루에 몇 개씩 올라오며 정기구독자분들도 크게 늘었어요. 홍보와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기본은 제품 자체라는 걸 깨달았어요.


매거진은 사양 산업이라고 해요. 실제로 많은 잡지사들이 문을 닫고요. 왜 그럴까요?

김재진 잡지사들의 콘텐츠 만드는 능력은 여전히 경쟁력 있다고 봐요. 한두 페이지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인력과 자본이 들어가는 일이 잡지 말고 또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한 경험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고요. 문제는 돈을 버는 방식에 있어요. 그동안은 잡지들이 광고로 수익을 냈는데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독자의 신뢰는 떨어져요. 특히나 이제는 잡지를 대체하는 게 너무 많다 보니 광고도 줄어들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광고가 주 수익원이었던 잡지가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컨셉진은 신뢰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김경희 저희는 일단 ‘애드버토리얼’이라고 하는 홍보성 기사는 절대 싣지 않아요. 취재요청이나 추천을 많이 받지만, 그달 저희가 정한 주제와 어울리는지 또 컨셉진의 색과 맞는지만 따져요. 김재진 광고도 굉장히 제한적으로만 받으려 해요. 당장은 힘들어도 장기적으로 봤을 땐 우리의 색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잡지는 독자와의 관계 속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그 방법을 찾는 중이지만 독자가 우리를 신뢰한다면 수익을 낼 방법은 다양하다고 봐요. 올봄 상수동에 문을 연 라이프팩토리 매장도 이런 도전의 하나이고요. 돈을 받고 그저 그런 제품을 소개해주는 것 대신 저희가 좋아하는 제품만 모아 소개하고 판매해 수익을 내는 방법을 택한 거예요. 광고보단 수익이 적을진 몰라도 컨셉진의 색은 여전히 지켜오고 있다고 자부해요.


라이프팩토리 매장을 독자분들의 펀딩으로 만들었고, 많은 분들이 컨셉진을 위해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어요.

김경희 컨셉진, 독자, 브랜드를 하나로 묶으려는 계획은 예전부터 있었어요. 다만 그걸 실행할 자본이 없어 외부에 공개하기로 한 거죠. 홈페이지에도 올리고 개인 SNS에도 올렸어요. 그런데 말도 안 되게, 정말 독자분들이 조금씩 모아 보증금을 마련해주신 거예요. 지금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감사한 일이죠. 매장 인테리어 공사도 컨셉진을 통해 만난 가구 브랜드 ‘폴앤리나’의 사장님께 가구 만드는 걸 배워가며 함께 완성할 수 있었어요. 이외에도 물질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컨셉진을 잘 성장시켜서 이 고마움을 되갚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커요.


어린 나이의 편집장으로서 고민은 무엇인가요?

김경희 스물여섯에 이 잡지를 창간해서 이제 스물아홉이 되었어요. 한 잡지사의 편집장으로서 너무 어린 나이죠. 잡지에서 편집장의 역할은 정말 커요. 잡지는 포토그래퍼, 에디터, 디자이너, 마케터 등 다양한 사람의 협업으로 이루어지잖아요. 편집장이 중심을 얼마나 잘 잡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죠. 처음에는 좀 부끄러웠어요. 아직 경험도 적은데, 어디 가서 편집장이라고 소개하는 게 자신 없었고요. 저희 에디터는 저보다 글을 더 잘 쓰는데, ‘내가 글을 봐주고 고칠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도 했었죠. 또 제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봐줄 선배가 없다는 것도 어려웠고요. 하지만 이 잡지가 성장하듯 저도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고민되는 일이 있을 땐, 그동안 알고 지낸 잡지사 선배들을 만나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제가 모든 면에서 능력이 제일 뛰어나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저보다 능력 좋은 분들을 모아 좋은 화합을 만들어 내는 게 제 역할이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최근에는 운영의 어려움을 이야기했어요. 30호가 한 달 휴간 후에 나오게 됐고요.

김재진 운영의 어려움은 항상 있었어요. 저희뿐만 아니라 작은 브랜드나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계속 성장하고 있는 건 맞지만 가야 할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어요. 매번 다음 달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괴로웠고요. 다 내려놓자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큰 용기를 준 분들도 독자분들이에요. 라이프팩토리 오픈을 도와주신 분들, 정기구독자분들 모두 이 잡지가 계속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힘을 보태주셨어요. 정기구독자분들에게 휴간 소식을 알려드리는 게 너무 힘들었지만, 그 후 돌아온 건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였어요. 어렵게 휴간 소식을 전하고 편집장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자들을 보고 정말 많이 울었어요. ‘우리의 지난 3년이 결코 틀리진 않았구나. 우리의 능력이 부족해 속도가 좀 느렸어도 방향은 맞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이후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 것 같아요. 저희도 스스로를 되돌아보니 놓치고 있는 게 보였어요. 그동안 큰 기회들도 오고 정신이 없었는데 저희가 집중해야 하는 건 컨셉진과 독자, 그 둘뿐이더라고요. 나머지는 그다음의 문제고요. 또 이런 소식을 듣고 많은 기업들이 길을 열어주셨어요.


최근에는 어떤 고민이 있나요?

김재진 올해 라이프팩토리 매장을 오픈하고 많은 기회들이 있었어요. 큰 기업들의 제안도 많았고요. 어떤 건 하고, 어떤 건 하지 말아야 하는지 구별하기 어려웠어요. 그러다 보니 힘을 많이 소진했던 1년 같아요. 앞으로는 컨셉진에 더 집중하려고 해요. 컨셉진에 담긴 콘텐츠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들과 컨셉진 자체를 더 예쁘고 안전하게 독자분들에게 전달하는 것. 이 두 가지에 몰입하려고 해요. 특히 정기구독 배송 문제를 개량하고 싶어요. 지금의 정기구독 발송 방식은 저희가 비용을 부담하여 우체국 일반우편을 통해 발송해드리고 있어요. 일반우편이기에 배송 조회가 되지 않고 간혹 우편함에서 분실되는 문제도 있어요. 물론 매달 10일까지 컨셉진을 받지 못한 분들에게는 택배로 다시 한번 보내드리고 있는데, 독자분들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번거로울 것 같아요. 그래서 정기구독 신청 시 택배비용을 추가하실 수 있게 옵션을 넣어드렸지만, 6개월 구독료가 24,000원인데 택배비가 12,000원 정도 추가되기에 신청하시는 분이 많지 않아요. 저 같아도 택배비가 아까울 것 같고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컨셉진이 매달 오는 선물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열심히 방법을 찾고 있어요.


그동안의 과정을 돌아봤을 때, 성장을 위해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요? 무엇이 컨셉진을 성장시켰다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김재진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일단 위기가 오고 마음이 고통스럽다는 건 그만큼 그 일을 좋아하고 열심히 했다는 말이잖아요. 열심히 해도 안 되니깐 힘든 거죠. 위기도 뭔가 도전하다 보니 닥치는 거고요. 그럴 때 우리가 그걸 기회로 바라볼 수 있어야 성장하는 것 같아요. 위기가 왔다는 건 문제점을 찾았다는 말이거든요. 그럼 그걸 해결만 하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거죠. 저희가 스스로를 되돌아봤을 때, 가장 어려운 순간에 가장 많은 성장을 했더라고요. 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였을 때 그다음 길이 보이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매번 위기가 오겠지만, 계속 이렇게 성장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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