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게시글 보기
25호 모두 친구가 되는 시간
Date : 2015-09-11
Name : File : 20150911100828.jpg
Hits : 2688

 룬아 (더콤마에이)

 

 

삶을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삶의 가치가 달라진다고 믿는 <더콤마에이>사람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중 <모이다>는 한 달에 두 번 맛있는 차와 디저트를 앞에 두고 대본 없이 진행되는 토크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모이다>는 주제에 따라 불특정 소수의 사람이 모인다. 서로의 목소리를 통해 나를 되돌아보고,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는 유익한 시간을 만드는 <더콤마에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룬아 씨를 만났다.

 

 

 

 

<더콤마에이>는 어떤 집단인가요?

집단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요. <더콤마에이>는 사실 제가 혼자 이끄는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브랜드예요. 사람과 삶,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글과 사진을 통해 풀어내고 더 나아가 모임을 주최하거나 인터뷰를 하는 등 그것과 관련된 일들을 주로 하고 있어요.

 

처음 <모이다>라는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모이다>를 만들기 이전에 <더콤마에이>를 해야겠다는 다른 목적이 있었고, 그걸 공간을 통해 해나가는 과정에서 <모이다>를 만들게 된 거였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기준이나 일반적인 주입식 사상에 대해서 되게 반항심이 커요. 그런데 사람들이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는 걸 힘들어 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고, 거기에서 저는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공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연희동에 더콤마에이라는 공간을 운영하시기도 했잖아요.

제가 원래는 제품이랑 가구 디자인을 했었어요. 한국에서 계속 일을 하다가 글로벌 디자이너가 되고자 스웨덴으로 유학을 갔죠.(웃음) 스웨덴에 갔는데 기본적인 사상이 전혀 다른 문화에 있다 보니까 그 영향을 너무 많이 받게 된 거예요. 그래서 졸업할 때쯤엔 무언가를 생산하고 예쁜 걸 만들고 싶은 욕구가 싹 사라져버렸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을 두게 됐죠. 한국에 와서 공간을 냈을 때도 처음에는 친환경 숍이었어요. 그러면서 전시도 하고, 카페도 하면서 결국 복합 문화 공간이 되면서 <모이다>도 자연스럽게 생긴 거죠. 공간을 열고 1년 동안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걸 다 했어요. 혼자서 커피 만들어 팔고, 전시 할 작가도 섭외하고요. 그때부터 글 쓰는 게 재미있어지고 사람 만나는 게 재미있어졌어요. 그러다가 선택과 집중을 할 때가 된 것 같아서 공간을 접게 됐죠. 그냥 제가 관심 있는 게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게 된 것 같아요. 디자인 할 때는 디자인이 좋아서 했던 거고, 지금은 글 쓰고 이야기 만드는 게 재미있어서 하고 있는 거고요.  

 

<모이다>의 경우, 처음 보는 사람들을 모아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과정이 힘들 것 같은데 어떠세요?

일단 오시는 분들도 약간 두려워하는 편이에요. 세미나 혹은 클래스의 경우, 그냥 이야기를 듣거나 배우고 오면 되니까 훨씬 마음이 편한데, <모이다>의 경우 직접 내 이야기를 해야 하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으니까 선뜻 용기 내길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요. 서로 어색한 상황을 풀어주기 위한 제 역할이 크죠. 그날 모임의 분위기는 누가 오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똑같이 해도 누구는 되게 감명 깊고, 누구는 그냥 그럴 때도 있죠. 그걸 일일이 예측할 수 없으니까 어려운 것 같아요.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서 주로 어떻게 하세요?

이야기를 많이 하죠. 이제는 이게 몸에 밴 것 같아요.(웃음) 개인적이지만 편한 질문을 많이 하고요. 그리고 일단 신청해주시는 분들도 어느 정도 이걸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잘 응해주시는 편이죠.

 

모임의 주제 선정은 어떻게 하세요?

주로 자아 성찰을 할 수 있는 철학적인 주제를 하는 편이에요. 이번에는 행복이었고, 저번에는 외로움이었고, ‘을 찾는다거나 아니면 에 관련된 부분이 많아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라든지, 사진을 찍는 사람이든지. 그럴 경우엔 관심사가 뚜렷해서 공감대가 형성되기 쉽거든요. 또한 그 안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고요. 

 

보통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그때그때 다르긴 한데, 일단 자기소개를 해요. 자기소개만 하고 뻘쭘해지는 모임이 있는 반면, 자기소개만 했는데 시간이 지체될 정도로 할 말이 많은 모임도 있어요. 그리고 예전에는 거의 토크만 했다면, 지금은 주제에 따라서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드리고 있어요. 이야기할 때는 몰입해서 하는데 뒤돌아서면 사람이 잘 잊게 되더라고요.

 

나이를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모임을 통해 소통의 부재가 조금은 해소되지 않을까 싶어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힘들다는 말은 다 하세요. 그 안에서 잘 맞는 분들은 모임 후에도 되게 잘 지내세요. 하지만 제가 모든 분에게 적극적으로 다리를 놔줄 순 없어요. 애프터 서비스를 해줘야 하나 싶다가도 어떻게 보면 그건 그들의 의지인 것 같아요. 일단은 그런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까지가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룬아 씨도 실제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서 친구가 되었나요?

그럼요. 여기서 만난 친구들과는 아무래도 자아 성찰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요.(웃음) 오래된 친구들은 만나면 옛날 얘기 하면서 그냥 수다 떨고 그러잖아요. 근데 이렇게 만난 친구들과는 아무래도 깊이 있는 이야길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모임 있으세요?

모임 자체는 모르겠고, 사람은 기억나요. 그림쟁이 모임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가 한창 여름이었고, 연희동 공간에서 진행했는데, 연희동이라는 동네가 약간 낯설잖아요. 참여하시는 분 중 한 분이 길을 헤매시는 거예요. 전화를 받았는데, 목소리가 약간 주눅이 든 목소리였어요. 모임 진행 하느라 정신없는데 전화는 계속 오고. 결국엔 30분인가 1시간 정도 늦게 도착하셔서 들어왔는데 약간 우울한 아우라가 풍기는 거예요.(웃음) 차례대로 돌아가면서 질문 카드를 뽑아서 이야길 하는 게 있는데 그전까지는 가만히 계시다가 자기 차례가 되니, 자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시더라고요. 자기 그림을 직접 가져와서 적극적으로 설명하면서 뒤에 갈수록 표정이 점점 밝아지는 거예요. 그래서 모임이 끝날 때쯤엔 발랄해져서 돌아가셨는데 되게 뿌듯하더라고요. 이걸 계속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매달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데 힘들진 않으세요?

사람 만나는 걸 워낙 좋아해서 힘들진 않아요.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 직업 때문에 이사를 많이

다녔어요. 오래 지속되는 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갈증이 좀 있었죠. 이것 외에 다른

일은 다 저 혼자 하잖아요. 늘 혼자 생각하고 혼자 만드니까. 평소에 아는 사람을 자주 만나기는

해도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매달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게 저는 좋아요.

 

조금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원래 디자인을 공부하셨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일을 하고 계시잖아요. 오랫동안 쌓아온 커리어 말고 다른 일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저한테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어요. 그냥 지금 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니까 넘어오는 과정 자체는 자연스러웠는데 외부에서 보기에는 왜 이제 디자인 안 해? 유학은 왜 갔다 왔어?”라고 하니까 제 안에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 분야를 나누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 같아요. 요즘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평생 하나의 직업만 가질 수 없다고요. 근데 저는 그걸 일찍 겪었다고 생각해요. 전에 했던 일이 <더콤마에이>랑 완전히 직결되진 않아도 다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약간 정신없긴 하지만 그냥 맞물려서 함께 가는 것 같아요.

 

룬아 씨의 삶을 변화시킨 가장 큰 계기는 스웨덴에서의 삶이었나요?

정신적으로는 그렇죠. 그래서 누가 유학을 고민할 때, 학교나 이런 것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를 많이 보라고 해요. 거기서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룬아 씨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나인 것 같아요. 각각의 나. 하나의 키워드로 제 삶을 정의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자기 성찰도 외부에서 강요하는 어떤 틀이 있잖아요. 예를 들면, 이런저런 선택을 할 때는 보통 자기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얘길 하잖아요. 근데 내 기준보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다고 믿어주는 마음인 것 같아요. 가치관도 중요하지만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거니까 결국에는 나에 대한 믿음이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지금 하는 게 미미하고 잘 안돼도 나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프로젝트의 경우,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나태해지진 않으세요?

글 쓰고 사진 찍는 건 혼자 할 수 있지만, <모이다>의 경우 힘들 때도 많아요. 내가 당장 이 일을 그만둬도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으니까 어쩌면 아무 영향도 없을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죠. 사람 만나는 게 재미있고, 글 쓰는 게 재미있다 보니까 계속했는데, 어느 순간 즐거움만 있지, 왜 이걸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러다 연초에 알랭드 보통의 <인생학교> 시리즈를 샀어요. 저는 그게 책인 줄 알았는데, 런던에 있는 공간이더라고요. 한 마디로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것들을 가르쳐주는 인생학교예요. 그동안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로 뭘 할 수 있을까? 도통 떠오르지 않았는데, 그걸 보고 나니까 저런 식으로 공간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시각적인 목표가 생겼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이다>에도 힘이 더 실리게 됐죠. 뚜렷한 목표가 생기고 나니까 이제는 이걸 놓으면 저것도 없어진다는 생각에 강제성이 조금은 생긴 것 같아요. 처음 디자인 할 때는 글로벌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어요. 그걸 제가 정말 원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엔 제가 진짜 원한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주입된 꿈이라는 생각이 어느 순간 번뜩 들더라고요. 글로벌 디자이너가 정확히 어떤 생활을 하고, 어떤 고충이 있는지는 하나도 모르고, 그냥 막연하게 꿈꿔왔던 거죠. 그러면서 되게 멍해졌어요. 내가 평생 지향하던 목표가 내가 진짜 원하던 목표가 아니었다고 생각하니까. 그러면서 1~2년 정도를 뚜렷한 목표 없이 지냈던 것 같아요. 그전에는 목표 없이 어떻게 없이 살 수 있어? 했는데, 한 번 겪고 보니까 사람이라는 게 왔다 갔다 하는구나, 목표가 있다가도 없어지는 거고, 갑자기 생기기도 하구나를 느끼게 됐죠. 그 시기가 지나고 목표가 생기니까 이제는 덜 불안한 건 있어요. 내가 그냥 재미만 가지고 하는 건 또 아니구나 하는.  

 

룬아 씨는 뭐할 때 가장 행복하세요?

일단 하나는, 글 신이 올 때가 있어요.(웃음) 타자가 못 따라갈 정도로 글이 써질 때. 그럴 때 약간 짜릿해요. 그리고 좋은 사람들 만나고 집에 가는 날, 그럴 땐 막 심장이 설레발을 치죠. 좋은 사람들 만날 때 행복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결혼을 했거든요. 남편 퇴근하고 둘 다 씻고 아이스티 마시면서 TV 볼 때, ‘, 이게 행복이구나.’를 느껴요.

 

가까운 10년 후에 무엇을 하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재능 있고 이야기가 있는 분들과 좀 더 체계적으로 <모이다>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세미나나 클래스 같은 것도 하면서 정말 사유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그쯤 되면 소설은 아니지만 제 책을 한 권쯤 내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거야말로 꿈이죠.(웃음)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단순하게 제가 집중하고 있는 삶을 살면 좋겠어요.

 

앞으로 계획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6월에 여행책방 <일단멈춤>에서 텍스트블룸전시를 할 거예요. 그림과 텍스트랑 같이 한 열 개정도. 저도 계속 온라인으로만 하니까 어느 정도 갈증이 있거든요. 그리고 아마 그즈음에 <땡스북스> 매니저 지혜 씨랑 <일단멈춤> 은정 씨랑 셋이서 인생여행에 대한 토크쇼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까지 이야기된 바로는 인생을 여행한다는 느낌으로 일에 대한 길을 찾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마 3주 동안 한 주씩 맡아서 할 것 같아요. 확실히 같이하는 사람이 생기니까 좋더라고요. 더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고요.  


  • with 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