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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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 사람과 문화, 동네를 잇다
Date : 201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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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정 <내 마음은 콩밭 대표>

 

커뮤니티에 의한 디자인, 디자인에 의한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내 마음은 콩밭>은 대구 경북대 서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디자인 마을 기업이다. 젊은 청년과 동네 주민이 디자인을 매개로 소통하며, 하고 싶은 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배움의 장이자 동네 문화를 만들어가는 이곳에서는 매일 신나고 재미있는 일들을 꾸미고 있다.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믿는 서민정 대표의 대현동 이야기.

 

처음 <내 마음은 콩밭>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에요. 제가 학교 다닐 때, 서울에 자주 놀러 다녔는데 그 당시 홍대 프리마켓이 자리 잡던 시기였어요. 그때 많은 사람이 문화 예술로 소통하는 걸 보게 된 거죠. 제가 미술을 전공했는데, 사람들이 제 그림이 걸린 전시회에 와도 그들과 교감하고 있다는 느낌을 못 받으면서 회의감이 들던 시기였어요. 그러다 대학교 3학년 때 학회장을 맡으면서 야외 전시와 아트 마켓 같은 걸 기획하게 됐어요. 뭔가 미술로 좀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었죠. 대구라는 지역이 좀 보수적이라 자기표현에 대해 많이 솔직하지 못한 편이에요. 그래서 야외 전시나 프리마켓이 생소한 시기였어요. 그러던 와중에 집이 좀 어려워졌어요.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이 부도가 나면서 제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왔는데, 그때 제가 하고 싶은 사업이 있었어요. 홍대에 있는 문화 복합 공간을 대구에서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경대 북문에 그런 공간을 만들게 됐어요. 그곳에서 대학가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자 전시, 공연, 이벤트, 파티 등을 기획하면서 술을 팔았어요.(웃음) 그곳을 4년 정도 운영하다가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예술을 전공했기 때문에 예술의 사회학적 역할이나 사회적인 관점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사회학을 공부하려고 대학원에 다녔는데, 어쩔 수 없이 저는 현장형 인간이더라고요.(웃음) 결국 문화라는 건, 책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배우는 거라는 걸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다시 휴학을 하고 문화 예술을 하시는 선생님들과 함께 문화 예술 프로젝트를 하게 됐는데 그러면서 지역 주민들을 만나고, 동네를 만나면서 지역 공동체 활동을 하게 됐어요. 그때는 아무래도 지자체에서 하는 사업이다 보니, 빠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내야 했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해야 했는데 주민들과 친구가 될 순 없더라고요. 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다시 대학가로 왔어요. 주민들과 문화예술 공동체를 만들기엔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청년의 입장에서 대학가 친구들과 무언가를 해야겠다 싶었죠. 학교에 다니면서 느꼈던 게, 문화 예술 쪽으로 소통하시는 분들이 충분히 감각적이고 역량이 많은데, 이걸로도 먹고 살 수 있게끔 지역과 콜라보를 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그 두 개를 들고 서문으로 오게 된 거죠. 

 

경북대 서문 지역이 예전에는 번성했던 곳이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고 상권 중심이 북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상권이 쇠락하고 청년문화도 함께 사라졌다고 들었어요. 왜 처음부터 성행하던 곳이 아닌 굳이 힘든 곳에 터를 잡게 됐는지 궁금해요.

북문은 유흥 문화가 발전되어 있는 상업적인 지구지만 서문의 경우, 아직은 실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또한, 오랫동안 그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가는 주민들도 많고 상인분들도 1~2년 하고 바뀌는 게 아니라 10~15년 계시는 분들이 많죠. 그리고 서문 쪽에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활동하고 있었어요. 그 친구들과 작당하면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다가 서문으로 오게 됐죠. 여기서 활동하는 사회적 기업이나 단체들이 다 제 또래의 친구들이에요. 그 친구들과 난장을 펼칠 수 있어서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웃음)

 

경북대 서문 지역인 대현동이라는 동네는 어떤 동네인가요?

2013년에 처음 왔기 때문에 그렇게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자랑이라고 하면 저희처럼 활동하는 분들이 알흠알흠 있어서 다양한 청년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이는 곳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게 있어요. 여기에서는 무언가를 내놔도 잘 안 가져가요.(웃음) 사무실 문을 열어놓고 다녀도 뭐가 없어지거나 하지 않죠. 대체로 정이 많고 이곳이 곧 자기 삶의 터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라서 좋은 것 같아요. 소박하고 조용하고요. 

 

지역을 기반으로 해서 어쩔 땐 좀 답답하지 않을까란 생각도 들어요. 서울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저는 제가 어디에 있느냐보다 어떤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웃음) 그래서 그런 건 그냥 제가 배우고 오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새로운 곳에서 그런 일들을 하느니, 제가 살아온 지역에서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는 게 더 재미있겠다 싶었죠.

 

회사를 운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체계가 잡혀 있는 회사가 아니라 직접 만들어가는 회사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부터 철저한 계획을 통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하면서 갖춰나가고 있어요. 처음에는 공유 작업실로 시작했어요. 실질적으로 일하는 두 명을 제외하고, 공간을 빌려주면서 제가 프로젝트를 가져오면 같이 일을 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죠. 그러다 보니 가치관이 맞는 친구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었어요. 누구는 이곳이 놀이터라 생각하고, 누구는 이곳이 일터라고 생각했죠. 수익성을 고려했을 때, 마을 기업 형태가 맞겠다 싶어서 마을 기업을 준비하게 됐는데, 준비 과정에서 각자의 이해관계가 달라서 조금 다툼이 있었어요. 그게 저한테는 가장 큰 어려움이었어요. 사람을 들이고 보내는 일이요. 지금 계신 분들이 오면서 협동조합 형태로 가고 있는데, 협동조합이라는 게 수평적이고 수직적인 걸 둘 다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래서 여기만의 조직 문화를 만들어가는 게 좀 어려웠어요. 그래도 다행히 거기에 대한 고민을 같이 해주시고, 하고자 하는 방향을 함께 잡아가고 있어서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그 과정도 나름 괜찮다고 봐요.

 

<내 마음은 콩밭>은 현재 다중 이해관계자 협동 조합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들었어요. 정확하게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건가요?

협동 조합을 보면 소비자 협동조합, 생산자 협동조합, 지원 협동조합 등 하나의 이해관계만 있는데, 저희 같은 경우, 두 개의 이해관계가 모여서 다중 이해관계자 협동조합이 된 거예요. 직원 협동조합과 후원 협동조합 두 개가 있는데, 직원 조합원은 말 그대로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이에요. 다른 곳은 직원이 고용만 되는 시스템이라면 저희는 직원이 곧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인 거죠. 그래서 그분들이 결정권을 갖고 이사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후원 협동조합은 말 그대로 후원을 해주시는 분들인데, 아직은 후원해주시는 분들을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있진 않아요.

 

회사 구성원들이 젊은 청년들이라 소통도 원활하고 재미있을 것 같아요. 

좋은 점도 있고 어려운 점도 있어요. 기존 회사의 조직 시스템이 효율적이긴 해요. 수직적으로 내려오는 일을 그냥 하면 되니까요. 근데 저희는 어느 정도 자기 주도성을 요구해서 맡은 책임이 막중해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더 힘들 수도 있어요. 다들 저희를 보며 분위기 좋다, 재미있겠다.’ 하시는데 실제로 일할 땐, 저희도 수직적인 구조를 어느 정도 가지고 가요. 그러나 이야기를 주고받는 방식은 수평적이죠.   

                                   

기본적인 포맷은 디자인 커뮤니티지만, ‘지붕 없는 영화관’, ‘나도 하는 공연등 다양한 일을 꾸미고 계시는데, 이런 일들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지역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 수단이 디자인이 된 거죠. 저희가 현재 세 가지 활동을 하고 있어요. 하나는 나도 하는 공연’, ‘지붕 없는 영화관같은 커뮤니티 프로그램이에요. 혼자서 하기 힘든 일을 커뮤니티를 통해 펼치자는 거죠. 그걸 저희끼리 콩밭 놀이터라고 하고요. 두 번째로 커뮤니티 워크숍인 콩밭 학교가 있어요. 이건 디자인적인 사고로 지역과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는 포맷을 가지고, 실질적으로 일할 수 있게 진행되는 워크숍이에요. 그래서 <대현동>이라는 마을 소식지를 만들기도 해요. 청년들이 주민을 직접 만나서 지역을 알아가는 과정, 자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과정을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 가는 거죠. 세 번째로 실질적인 일을 하는 커뮤니티 스튜디오가 있어요.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 기업에 필요한 디자인 일을 하면서 수익을 얻고 있어요.

                              

학생들과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없으면 <내 마음은 콩밭>이 존재할 이유를 찾기 힘들 것 같은데, 실제로 자발적인 참여가 활성화되고 있나요?

저희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면 이런 단체들도 많았겠죠. 근데 없으니까 저희가 이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도 저희가 어느 정도 장을 마련하면 적극적으로 활동해주시는 편이에요. 저희가 2013년도에 서문 골목 축제를 했어요. 처음에는 주민분들도 뭔가 좋은 의도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그냥 후원만 해주셨어요. 근데 작년부터는 김밥도 싸주시고, 식혜도 만들어 주시고 축제할 때 나와서 부스도 운영해주셨어요. 이제 3년째인데, 자발적으로 나서서 이번에는 우리가 뭐 하면 좋겠니?”라고 먼저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문화 예술을 도구로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움직임들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아요. <내 마음은 콩밭>도 그중 하나이고요.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무엇보다 지역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긍정적인 측면인 것 같아요. 또한, 이런 활동들이 많아진다는 건 지역을 곧 삶의 터전으로 보고 서로 교류한다는 거잖아요. 굳이 더 큰 곳에 가지 않더라도 자기가 사는 지역과 동네에서도 충분히 그런 것들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동네를 기반으로 한 다른 프로젝트도 계획하고 있나요?

6월부터 7월까지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 골목 학교를 하려고 해요. 저희와 비슷한 단체들과 함께요. 각 단체의 사업 방향에 맞게 문화 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려고 해요.

 

앞으로 <내 마음은 콩밭>이 어떤 공간으로 성장하길 바라나요?

내부적으로는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각자의 역량을 올릴 수 있으면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갔으면 좋겠고, 내부적인 시스템을 좀 더 탄탄하게 구축하고 싶어요. 외부적으로는 저희를 이제 좀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사실 홍보를 많이 안 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적극적으로 저희의 가치와 방향을 좀 더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들이 <내 마음은 콩밭>이 도대체 뭐 하는 곳이냐고 했을 때 별로 개의치 않았어요. 굳이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는데, 이제 3년 차가 됐으니 저희에 대해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동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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