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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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 만족하는 법
Date :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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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일을 한다. 일을 하며 행복하길 바란다. 그런데 일을 하며 행복하다는 것의 정의는 도대체 뭘까? 에디터 김재진 사진 박기훈

 

 

#1 우연한 시작

 

안녕하세요. 독자분들에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패션 광고를 중심으로 하는 광고 대행사 ‘팀웍스’의 대표 우창희입니다. 패션 브랜드들이 일을 의뢰하면 잡지 광고나, 온라인 광고, 영상 등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일을 따내기 위해서 프레젠테이션도 하고요.

 

‘팀웍스’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지금의 멤버들과 함께 다니던 회사가 2년 전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문을 닫았는데 그때 멤버들이 정말 좋아 헤어지기 싫었어요. 그래서 다들 회사가 없어져도 뭉쳐서 계속 일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죠. 사실 저는 디자이너였기에 경영 쪽은 전혀 몰랐어요. 사업자 등록증을 어디서 내는 건지도 모를 정도였죠. 거의 10년을 함께 일해 온 멤버들이었기에 계속 함께 가자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자가 되었는데 처음부터 원활하게 운영되었나요?

일단 계속 같이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회사 분위기는 좋았어요. 다행히 클라이언트들도 의리가 있어서 계속 저희에게 일을 주었고요. 어차피 동료들은 하던 일을 계속하는 거기에 큰 무리가 없었어요. 다만 저는 경영이라는 전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게 되어 고생을 좀 했죠. 세무 관련 일을 알아야 하고, 안 가던 은행에 가야 하는 게 참 낯설었어요. 지금도 사실 잘 몰라요. 회사 운영에 필요한 절세, 재무제표 이런 것들을 지금도 공부하고 있어요.

 

원래 미래의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편이신가요?

계획은 짧게 세우는 편이고 그 상황에 충실한 편이에요.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계획보다도 순발력과 집중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제가 지금 이러고 있을지 몰랐으니까요.

 

지금의 회사를 창업하기 전에는 한 명의 직장인이었을 텐데 그때의 생활은 어땠나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광고대행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어요. 사회생활 초창기에는 작은 회사에 다녔었고 나중에는 꽤 규모가 큰 회사에도 다녔었는데 큰 조직은 저랑 좀 안 맞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단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광고 대행사의 일이란 게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일이라 피곤한 일이 많은데 큰 조직은 같은 회사 안에서도 부서 간 조율해야 할 것도 많아 스트레스가 심했죠. 가장 괴로운 건 이미 해야 하는 일들이 정해져 있다 보니 딱히 변화 없는 생활이 계속된다는 거였어요.

 

 

#2 일과 만족

 

패션 광고 대행사의 일은 클라이언트와의 관계가 중요할 것 같아요. 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타협하면 안 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요?

타협하지 않으면 일이 끊겨요. 왜냐하면, 저희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상업적인 일을 하는 회사니까요. 돈을 주는 사람에게 맞추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이 방향으로 가면 결과물이 산으로 가겠다 싶은 것들은 최대한 방향을 바꿔보려고 노력하죠. 클라이언트와 대립각을 세우는 건 아니고, 술도 한잔 하고 밥도 먹으면서 대화를 많이 해요. 클라이언트들도 보면 그들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 위의 실장, 임원들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니까요. 그런 부분들을 서로 이해하려고 해요. ‘너와 나는 같은 편이니깐 잘 만들어서 사장을 설득하자.’는 분위기를 만들죠.

 

아티스트가 아니기에 클라이언트에게 맞춘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결과물에 대해 스스로 불만족스러운 경우도 많이 생길 것 같아요.

저는 디자이너 때부터 결과물에 대해서는 온전히 내 거라는 생각을 안 했어요. 사진을 예로 들어보면 아무리 인기 많고 평판 좋은 사진가의 작업물도 결국 그 작업물을 의뢰한 클라이언트와 에디터, 대행사의 의견이 섞일 수밖에 없거든요. 물론 그 안에서 최대한 자기가 원하는 방향대로 가려고 하지만 상업적인 작업에서 기본은 작업을 의뢰한 사람을 만족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그 결과물이 완전히 내 마음에 들 수는 없다고 봐요. 지금까지 많은 촬영과 작업물을 만들었지만 ‘이건 정말 좋다.’라는 건 없었어요.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 결과물에 대해서 애착을 갖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의외의 답변이라고 생각돼요.

일의 즐거움, 만족이라는 건 사람마다, 또 상황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결과물이 내 마음에 쏙 드는 것도 만족이지만 결과물을 보고 클라이언트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만족이죠. 제일 좋은 건 클라이언트와 제가 모두 만족하는 결과물을 만드는 거예요. 하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죠. 그게 안 될 때는 우선 클라이언트를 만족하게 하는 게 맞다고 봐요. 주변에 보면 자기 작업물에 대해 매우 큰 애착을 갖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러면 많은 상처를 받게 돼요. 한 번 틀어진 클라이언트와는 다신 일을 하지 못하고요. 디자이너로 일할 때보다 디렉터가 되고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결과물에 대한 ‘자기만족’보다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좀 길게 보고 싶어요. 이 클라이언트와 이번에만 일할 게 아니고 다음에도 기회는 있으니까요. 일에서 주지 못하는 만족감과 감정들은 취미와 가정,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찾으려고 해요.

 

패션 광고 이쪽은 보이는 것이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돼요. ‘어떻게 찍느냐하는 아이디어보다 누구와 작업하는지가 더 중요한 거 같은데, 그럴 때는 좀 허탈하지 않나요?

그런 부분이 일반 광고와는 다른 부분이죠. 일반 광고는 기발한 아이디어, 카피도 중요하지만, 패션 광고에서는 함께 작업하는 사람의 인지도가 더 중요한 경우도 많아요. 특히 요즘은 광고주들이 광고 하나를 제작하더라도 그 과정이 SNS를 통해 퍼지기를 바라거든요. 그러려면 작업 자체가 화제가 될 만큼 인지도 있는 분과 작업하는 게 유리하죠. 그런 부분이 허탈하다기보다는 그게 이 일의 본질이라고 이해하는 편이고 그래서 기획서를 만들 때 ‘무엇을 누구와 하겠다는 것’까지가 우리의 아이디어고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무조건 유명하다고 좋은 게 아니고 일과 사람의 조합도 중요하니까요. 광고 사진이 비주얼만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아니라 그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원하는 시대이기에 작업하는 사람이 더 중요해진 거죠.

 

프레젠테이션을 하면 아이디어가 공개되는데 아이디어만 뺏기는 경우는 없나요?

열심히 준비해서 경쟁 PT를 했지만, 채택이 안 됐는데 다음 시즌 그 브랜드를 보니 저희 아이디어로 광고를 진행한 경우도 있어요. 매너가 있는 분들은 미리 연락을 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죠. 사실 이럴 때는 저희로서는 방법이 없어요. 계속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클라이언트들에게 소송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요. 반대로 클라이언트가 너희 아이디어는 별로인데 일은 같이 하고 싶다며 아이디어만 다른 곳에서 가져오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땐 저희가 그쪽에 연락해서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요. 그 반대의 경우도 있어요. PT 속의 아이디어를 내 것으로 지키기란 어려운 일이에요.

 

광고 대행사의 대표로서 미디어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신다면요?

점점 유기적인 관계로 변하는 유기체 같아요. 최근에 저희가 맡은 일 중 하나가 미디어의 변화를 이용한 거였어요. 두타가 클라이언트였는데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한 업체 중 메이저 광고대행사도 있어서 저희끼리 회의할 때 이거는 평소처럼 하면 절대 될 수 없으니 새로운 걸 하자 해서 ‘슈팅파티’를 기획했어요. 스튜디오에 인디밴드의 공연, 술과 음식을 준비하고 블로거, 패션피플들을 초대해 실제 파티를 하며 그 사이 사이에서 포토그래퍼 오중석 실장과 모델이 촬영을 진행하는 거였죠. 그리고 초대한 분들에게는 현장의 사진을 SNS에 올려달라는 미션을 드렸어요. 예전의 광고 촬영은 촬영 후 사진을 고르고 잡지에 집행하면 2~3주 뒤에 독자들에게 전달됐지만, 지금은 촬영과 동시에 생생한 현장이 전해질 수 있다는 점을 파고든 거죠.

 

#3 40, 대표의 삶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패션 시장도 많이 죽지 않았나요? 패션 광고 대행사의 운영도 어려워졌을 것 같아요. 

포토그래퍼나 스타일리스트 같은 인건비는 예전보다 두세 배가 되었는데 대행사가 가져가는 몫은 10년 전 그대로예요. 4~5년 전부터 패션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광고도 많이 줄었죠. 주변에 없어진 대행사들을 보며 나름의 경영 방침을 세웠어요. ‘회사의 몸집을 키우지 말고, 적은 인원으로 최소한의 일만 맡아 오래가자’는 거예요. 회사가 커지면 경영이 어려워지고 더 많은 일을 맡아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질이 떨어지니까요.  

 

광고대행사는 마시고 싶지 않은 술도 마셔야 하고 개인 시간도 없을 거 같아요.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더 그렇게 됐죠. 사람들을 만나 팀웍스가 이런 일들을 하고 있고 할 수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리다 보면 주변의 소개로 일이 연결돼요. 영업이란 말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그게 영업인 거 같아요. 억지로 술을 먹는 경우도 많고요. 그래서 술의 종류와 음식만큼이라도 내 맘대로 하려고 해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 먹고 싶지 않은 걸 먹을 때가 최악이죠.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시간 활용을 스스로 하라고 해요. 10시 출근이긴 한데 시간에 맞춰 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더 늦게 오기도 하고 바쁘면 더 일찍 오기도 하죠. 제가 강조하는 건 여러분이 맡아서 진행하는 일이니깐 스스로 계획하고 진행하라는 거예요. 그만큼 믿고 있고요.

 

대표로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을 때나 후회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성격이 무던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편이에요. 클라이언트에 대해 받는 스트레스는 빨리 잊어요. 그런데 직원들하고 의견충돌이 있으면 집에 와서도 생각나죠. 아침에 가서 어떻게 풀어줘야 하나 생각도 들고요. 일은 잘 안 돼도 다시 하면 되니깐 상관없는데 안에 있는 사람들이 흩어져 버리면 아무리 일이 들어와도 다시 할 수 없으니까요. 경기가 안 좋은 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뭉쳐 버티면 되는데, 안에서 문제가 생기면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요.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해요.

지금의 제 삶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회사와 일이에요. 시간을 많이 내지 못해 부인과 아이들에게도 미안하지만 지금은 일을 할 때라고 생각해요. 지금처럼 회사 규모가 커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10명 미만의 사람들이 집중해서 일을 해내는 회사로 오랫동안 유지됐으면 좋겠어요. 돈 때문에 굳이 하기 싫은 일을 맡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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