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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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책방 주인
Date : 2015-10-07
Name : File : 2015100712582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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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에서 독립출판물 서점 주인이 된 스토리지북앤필름 강영규 실장의 이야기. 에디터 김재진 사진 박기훈

 

 

#독립출판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해방촌에서 스토리지북앤필름이라는 독립출판물 서점을 운영하며, 워크진이라는 사진집을 발행하고 있는 강영규라고 합니다. 

 

독립출판물 시장이 많이 커졌어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독립출판물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요?

스스로 비용을 내서 출판하는 자가 출판이 독립출판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마다 조금씩 정의하는 게 다른 거 같아요. 저는 자본에 대한 독립이 가장 크지 않을까 해요.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걸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는가’가 독립출판물의 기준이라고 봐요. 기성 출판은 상업적인 고민 탓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하고 있거든요. 물론 독립출판물도 수익을 생각하지만 그게 주는 아니에요. 그러니깐 100, 300부의 소규모 출판물도 나올 수 있는 거고 심지어 손으로 직접 그리고 써서 만든 책도 탄생하는 거죠. 기존의 상업적인 잣대로는 이런 책이 나올 수 없잖아요.

 

최근 독립출판물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아직 모두가 좋아할 만큼 대중적인 분야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당장 제 고등학교 동창들만 해도 저희 서점에 오면 심각한 표정으로 ‘이런 책들이 진짜 팔리긴 하는 거야?’라고 물어보거든요.(웃음) 대중들의 시각이 사실 대부분 신기해하는 정도죠. 다만 기성 출판에서 느끼지 못한 신선함과 갈증을 해소해주는 부분은 확실히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제가 느끼기에 실제로 독립출판물을 구입하고 제작하는 분들은 다른 사람의 창작물에 대해 관심이 많고 존중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가수만 이야기해봐도 저희끼리는 다 아는데 일반인들은 아직 모르는 가수가 많고요. 책이라는 포맷을 넘어 기본적으로 타인의 창작물에 대해 관심이 많고 빠른 사람이 독립출판물도 좋아하는 거 같아요.

 

반면에 기존 출판업계 사람들은 출판 자체에 대해 큰 자부심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독립출판 시장에 대해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는 것 같아요. 책은 책답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우리나라는 책이라는 매체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것 같아요. 진지하고 무겁게만 바라보는 거죠. 그래서 책을 구매할 때도 너무나 높은 기준점에서 선택하는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다양한 책이 나오기 어려워요. 우리가 노트를 살 때처럼 책도 더 가벼운 마음으로 바라봐주면 제작자들이 더 쉽고 재미있는 책들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본만 보더라도 저희보다 훨씬 적은 규모로 또 새로운 시도로 다양한 출판물을 만들어요. 그래야 책에 관심 없던 대중도 유혹하죠.

 

독립출판을 바라보는 시선 중에는 ‘저게 결국 자기들끼리만 좋은 것 아니냐. 잠깐 하고 마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어요.

애초에 이런 걸 만든 사람들이 남의 반응을 기대하고 만든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요즘에는 취업을 위해 출판물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외부 반응처럼 어떤 목적으로 만든 책들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 반응을 충족하든지 혹은 충족하지 못하든지 결국 더 이상 만들고 싶지 않게 될 테니까요. 대부분의 독립출판물 제작자들은 자기만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외부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물론 좋지만 자기가 생각하는 걸 결과물로 만든다는 것에서 느끼는 만족이 가장 큰 거죠.

 

 

#나를 찾는 과정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은행원이었다고 들었어요. 은행원 출신의 책방 주인이라는 게 참 흥미로워요. 이과와 문과, 숫자와 글. 뭔가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거든요. 게다가 은행원은 이 시대가 원하는 가장 안정된 직장인이잖아요.

직장 다니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면 그만두겠다는 말을 계속 해왔어요. 직장 생활만이 인생의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직장 생활을 6년 정도 했을 때쯤 지점장님 나이가 예전보다 열 살은 어려진 거예요. 이게 무슨 의미냐면, 은행에서 지점장은 할 만큼 다 하고 임원이 되거나 퇴사를 하거나 둘 중 하나거든요. 그런데 자리가 한정적이라 대부분 임원이 되지는 못해요.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때 지점장님의 자녀가 아직 초등학교 6학년이었어요. 아찔하더라고요. 이게 은행원의 마지막 모습인가 싶고.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직장 생활도 결국 끝이 있구나, 또 점점 그 끝이 빨라지고 있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항상 직장 생활하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언제든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좀 생각보다 빨리 왔을 뿐이라고 생각해요.

 

직장을 그만둔다고 해도 다양한 일이 있는데 왜 책이었는지 궁금해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나요?

보통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 들어갈 때는 아무 생각 없잖아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잘할 수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죠. 저도 그랬어요. 그저 점수에 맞춰 국제무역을 전공하게 됐어요. 은행원이 된 것도 큰 뜻이 있어서 된 건 아니죠. 그러다 2008년부터 직장생활을 하며 필름카메라에 관심이 생겼어요. 취미로 사진을 찍다 보니 점점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기왕 찍은 사진들인데 그냥 묵혀두기 아까웠어요. 그때 한 친구가 자비로 사진집을 내보라고 하더라고요. 전 그때까지 책이라는 건 출판사를 통해서만 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엄두도 못 내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해서 2011년에 제 사진집을 500부 정도 만들면서 시작하게 됐어요.  

 

첫 사진집을 내실 때는 독립출판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었어요. 인쇄비도 꽤 들었을 텐데 부담되진 않았나요?

인쇄비로 한 170만 원 정도를 쓴 것 같아요. 당시에는 아직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서 이 돈이 아깝다기보다는 언젠가는 책이 다 팔려서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일종의 적금처럼 생각했어요. 주변 동료들이 다 적금 드는 것처럼 저도 저에게 적금을 든다고 생각한 거죠. 그리고 저는 지인 할증을 했어요. 힘들게 만든 걸 아는 만큼 지인들은 오히려 더 비싸게 사라는 거죠.(웃음) 그런데 당시만 해도 독립출판 서점이 서울에 두세 군데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지인한테 파는 것 외에 막상 팔 곳이 없어 답답했죠. 그래서 직접 서점을 운영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렇게 스토리지북앤필름이 탄생했군요. 그런데 이곳 위치가 해방촌이라 접근성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잖아요. 유동인구도 거의 없고요. 보통 특색 있는 서점 하면, 홍대에 많이 있잖아요.

제가 서점을 열기로 마음먹었을 때 첫 번째 원칙이 ‘홍대가 아닐 것’이었어요. 저는 저처럼 스스로 책을 만들어 판매해보고 싶은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이 문화가 홍대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더 넓게 가보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충무로에 자리를 잡았는데 거기도 3층이라 아는 사람만 왔죠. 해방촌에 위치한 이유 중에 보증금과 월세가 저렴한 것도 무시 못 해요. 제가 가진 자본의 한계가 있으니 그 예산안에서 선택해야 했기에 좋은 위치가 저에겐 첫 번째 조건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여기가 서울에서는 그나마 시골 느낌이 좀 나거든요. 그런 여유로운 분위기도 좋았고요.

 

외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찾아주고 있어요. 인터뷰도 많이 하시고 SNS상에서 활동도 활발하고요. 사람들이 어떤 매력 때문에 이곳에 온다고 생각하시나요?

결국 책들이겠죠. 저희 책방에만 있는 책들. 그리고 다른 곳에 있더라도 저희 책방에서만 구할 수 있는 책들이 많아 한 번에 볼 수 있는 것도 중요하고요. 반면 책에 관심 없는 이미지적인 소비도 많아요. 여기 와서 책을 산다는 행위 자체에 기쁨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죠. 문화적으로 남들이 아직 모르는 공간에 대해 먼저 접하시려는 욕구도 크거든요. 사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죠. 그런 게 책에 대해 다시 한번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잖아요.

 

이 서점을 운영하면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지 궁금해요. 반면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지 않을까요?

일단 회사를 안 다녀도 되는 게 가장 좋은 점 같아요.(웃음) 미래를 생각하면 누구나 불안한 건 마찬가지잖아요. 직장을 다니고 있어도 다들 불안하니까. 결혼에 대해 마음을 어느 정도 비운 건 있어요. 저의 이런 상황들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고맙지만 안 나타나도 어쩔 수 없다는 정도로. 우리나라의 사회 관습상 결혼할 때 집은 남자가 마련해야 한다는 게 있잖아요. 저는 이런 기준점에서 완전히 미달한 사람이니깐 억지로 결혼에 대한 욕심을 부리진 않으려고요.

 

#서점 그다음

 

독립출판물들이 일단 대부분 자비로 시작하기에 자본에서 독립된 구조지만, 결국 이걸 계속하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하잖아요. 저희도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고요. 주변을 보면 좋은 책을 만들었지만 2~3년 이상 버티는 사람이 많진 않은 것 같아요.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그 부분은 어느 팀이든 다 치열하게 하는 것 같아요. 기존의 팀들을 보면 출판물 하나 가지고는 생활하기 어렵고 이걸 통해서 다른 일들이 생기는 것으로 유지하시는 것 같아요. 외부에서 글, 사진 같은 일들을 의뢰받아 하는 거죠. 자신들의 작업을 확장하고 외부와 연결하는 일에 책이 매개체가 되고 있어요. 자신의 책만 가지고 생활이 안 되는 점은 아쉽지만 앞으로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 같아요.

 

스토리지북앤필름은 서점 역할 외에도 독립출판에 대한 정보와 노하우를 배울 수 있는 클래스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요. 그것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의 결과 중 하나인가요?

기존의 독립출판과 관련된 수업들을 보면 그 수업을 들은 사람들의 결과물이 별로 없다는 점이 아쉬웠어요. 독립출판의 모토가 누구나 출판을 할 수 있다는 거니까 그 수업을 듣고 나면 자기만의 출판물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었죠. 하지만 제가 직접 강의를 이끌 자신은 없었는데, 마침 주변 제작자들을 보니 생계의 여유가 없어 보여 이들에게 강의를 맡기면 서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시작해서 올해 4월에는 저희 강의를 통해서만 만들어진 책을 전시하는 ‘연어전’도 진행했고 현재까지 책은 80~90, 사진집은 100권 정도 출판하게 됐어요. 저희 강의를 통해 실제 책을 만들고 그 책을 가지고 스스로 유통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수업을 만든 것 같아 뿌듯함을 느껴요. 이게 기존 독립출판 제작자들의 수익에도 도움이 되길 바라고요.

 

최근 해방촌에서 진행하셨던 ‘북마켓’도 많은 사람이 방문해줬어요. 특히 가수 요조 씨가 제작자로 참여하고 마켓이 끝난 후 공연도 해주셔서 함께 참여한 저희도 즐거웠던 기억이 있어요. 요조 씨는 어떻게 섭외하셨나요?

요조 씨는 6월에 저희 책방에 오셔서 책을 몇 권 구매하면서 알게 됐어요. 어느 날 나중에 제주도에 내려가서 책방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럼 나중에 하지 말고 지금 서울에서 시작해보는 건 어떠냐고 했어요. 제작자분들도 대부분 서울에 있으니 소통하기도 좋고 미리 책방 운영에 대한 경험도 쌓는 게 나중을 위해 좋으니까요.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 요조 씨가 그러면 제작자들을 한번 모시고 대화도 하고 소소하게 공연도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대화했던 게 생각나서 이번 북마켓을 준비하며 참여해줄 수 있느냐고 했는데 흔쾌히 와줬어요. 시작부터 끝까지 다른 제작자와 함께하고 마지막에는 공연도 하는 모습을 보며 그분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죠.  

 

북마켓을 보면 다른 프리마켓과 다르게 책에만 집중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따로 이유가 있나요?

그동안 이런 프리마켓 중에는 광화문 ‘소소시장’이 가장 활발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올해는 소소시장에 참여하는 출판물이 많이 줄어들었어요. 제가 다양한 프리마켓에 나가보며 느낀 건, 책을 주제로 한 프리마켓이 아니면 책은 결국 들러리가 된다는 거예요. 옷이나 액세서리 같은 게 많아질수록 책은 사실 안 팔리거든요. 대중은 실용적이고 자극적인 걸 먼저 찾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프리마켓을 기획한다면 철저히 책이 주인이 되게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애초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도록 하는 거죠.

 

독립출판계를 바라보며 아쉬운 점이나 바뀌었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바람이 있다면 카피북들은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비슷한 콘셉트와 디자인으로 나오는 책들은 서로를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도 그런 책들의 입점 제안은 안 받고 있어요. 독립출판이 결국 개성이 가장 중요한 건데 비슷해져 버리면 의미 없죠. 그리고 따라 해서는 결코 원조를 못 넘어요.

 

자기의 책을 낸다는 건 누구에게나 설레는 일 같아요. 책을 내보고 싶은데 용기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사실 책은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특정한 사람들만의 분야는 결코 아니에요. 손으로 직접 그려서 자르고 끈으로 엮어도 책이잖아요. 다만 누구나 처음부터 잘 만들지는 못하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해 너무 큰 부담을 갖는 것 같아요. 저는 결과물의 질보다 일단은 자기 결과물을 만들어보고 희열을 느끼는 첫 경험이 중요하다고 봐요. 그 경험이 있다면 조금 더 좋은 책을 만들고 싶은 욕심과 열정은 자연스럽게 발전해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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